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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파트 1의 감독을 맡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팬으로 등극하게 되었던 스토리와 SF영화 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대해 포스팅 하려고 합니다. 빌뇌브 감독과 음악 감독을 맡은 명불허전 한스 짐머의 강렬한 듄 애정, 제작 과정에서의 노력과 의도, 그리고 영화 속 디테일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겠습니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 소설의 숨은 메시지를 영화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의상과 배경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 각본과 음악에 담긴 베네 게세리트의 영향력 등에 관해 설명합니다.'듄'의 섬세한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좌절과 사랑, 죽음과 생존의 주제를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대한 해설을 통해 '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합니다.
듄 파트1 두 감독의 열정 비하인드스토리
드니 빌뇌브 감독은 12살 때 '듄' 소설을 처음 접하고 광적인 팬이 된 진짜배기 '듄' 덕후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지 안쪽에 폴 아트레이디스의 프레멘 이름인 '무앗딥'이라는 단어를 새겼고 졸업앨범 사진에도 '듄'의 구절을 넣었다고 합니다. 전작인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049'같은 SF물도 '듄'을 위한 연습이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들 영화들과는 달리 '듄'에서는 자기가 직접 각색을 담당했습니다. 여러모로 빌뇌브 감독에게는 필생의 숙원 사업 같은 영화였던 셈인데요. 그는 '듄' 때문에 '007 노타임 투 다이'의 참여를 거절하기까지 했습니다. 빌뇌브 못지않게 '듄'의 광팬이었던 한스 짐머도 오랜 파트너였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테넷'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는 14살에 '듄' 소설을 접했다고 하는데요. 그는 살다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베네 게세리트의 유명한 이 구절을 자신의 만트라처럼 암송했다고 합니다. 그 역시 '듄'에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듯이 작업했고 그 결과 '라이언 킹' 이후 27년 만에 다시 한번 오스카 음악상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사실성과 신기함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가상의 판타지 세계라도 마치 실재하는 듯이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 포인트였죠. 의상 담당으로 SF영화에 경험이 전혀 없는 재클린 웨스트를 섭외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시대극 전문 디자이너로, '듄'은커녕 심지어 '스타워즈'조차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의상들은 대부분 실제 역사나 예술작품으로부터 모티브를 따왔으며, 히어로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만화 같은 바이브는 거의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 장면에서 폴은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러시아식 지바고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아트레이디스 가문의 전체적인 의상은 러시아의 마지막 왕가 니콜라스 2세의 가족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유럽 왕족 복식 중 가장 심플하고 모던해 보여서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 혁명 때문에 니콜라스 2세도 아트레이디스처럼 왕좌에서 쫓겨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죠. 프랑소아 트뤼포 감독의 '화씨 451'에 나오는 경찰들의 의상도 참조했다고 합니다. 아트레이디스의 갑옷은 중세 십자군의 성전기사단 즉 템플라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템플라 역시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에 의해서 대숙청을 당했죠. 하코넨의 본거지인 기디 프라임은 갈비뼈 같은 구조물을 디자인의 포인트로 잡았습니다. 이는 해골 즉 죽음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려는 것이었죠. 하코넨 남작이 수증기 속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의 마론 브란도를 오마주한 것입니다. 반중력 서스펜서를 이용해 공중에 떠다니는 모습은 만화영화 같은 유치한 느낌이 안 들게 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이는 실크를 길게 쭉 늘어뜨린 코스플레이로 해결할 수 있었죠. 인간 컴퓨터인 파이터 데 브리스의 의상은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명작 '제7의 봉인'에 나오는 저승사자의 의상을 본뜬 것입니다. 하코넨 병사들의 헬멧은 개미의 머리에서, 갑옷은 거미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코넨의 장비들은 여러 모로 벌레들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거대한 건쉽의 경우는 인체에 난 종양의 모습을 참고로 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죽이는 사악함을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듄 배경과 디자인의 영향
베네 게세리트의 대모 역을 맡은 배우 샬럿 램플링은 1970년대 최초의 듄 영화화 시도였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듄 프로젝트에서 제시카 역의 제의를 받았었습니다. 이 실사화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못 했지만 이때 만들어진 초안은 스타워즈와 에일리언 등 수많은 할리우드 SF영화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시카와 폴의 사람을 조종하는 목소리의 베이스도 모두 샬럿 램플링이 담당했습니다. 베네 게세리트의 코스츔은 중세시대의 체스말과 타로 카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입니다. 이는 원작자인 프랭크 허버트가 체스와 타로 카드에 심취했던 것을 반영한 것인데요. 미래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미리 내다보아야 하는 체스, 그리고 무의식 심층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타로 카드, 둘 다 베네 게세리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아이템이죠. 칼라단 행성에 있는 아트레이디스의 성은 꿀벌의 벌집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트레이디스 가문의 특징을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자연주의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빌뇌브 감독이 듄을 만들 때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것이 바로 리얼리즘이었습니다..
필리핀 무술 발린타왁 에스크리마를 기반으로 한 검술
검술 장면은 주로 필리핀 무술인 '발린타왁 에스크리마'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칼리'나 '아르니스'로도 알려진 필리핀 전통무술 계열인데요, 이 에스크리마의 특징적인 점은 검술과 맨손무술을 자유롭게 오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을 들었을 때도 맨손도 함께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죠. 아마도 이런 특징 때문에 영화에 채택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듄 세계관에는 '홀츠만 실드'라는 방어막이 있습니다. 느린 속도의 물체만 통과시키고, 빠른 속도로 부딪히는 모든 종류의 공격을 차단해 버리는 아주 강력한 실드죠. 덕분에 우주시대인데도 칼싸움을 하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느린 속도로 실드를 뚫고 들어가는 독침이나 폭탄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뭐, 솔직히 말해서 좀 억지설정이기는 하죠. 어쨌든, 이 홀츠만 실드를 켜고 있으면, 맨 팔로 적의 칼날을 빠르게 쳐내서 튕겨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맨 팔과 검을 동시에 구사하는 필리핀 무술을 응용한 특유의 아트레이디스 검술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빠르게 적을 쳐서 교란하고, 그 틈을 이용해 검을 천천히 찔러 넣는 그런 검술을 고안하려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보는 입장에서는 하도 빨라서 잘 모르겠죠. 코리노 제국의 정예부대인 사다우카의 검술은 일본의 사무라이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또 이들이 죄수들의 피를 뽑아서 이를 이마에 바르며 전쟁의식을 치르는 장면은 북유럽 바이킹의 풍습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렇게 전쟁과 죽음을 찬미하는 사다우카의 광신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빌뇌브 감독이 아라키스 행성을 표현할 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정서는 광활한 사막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이었습니다. 아트레이디스가 처음 도착하는 스페이스 포트 장면은 사막이 이들을 짓이겨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표현하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백파이프가 나온 이유는 감독이 그 장면을 찍기 며칠 전에 꿈에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 백파이프가 칼라단과 아라키스의 문화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즉석에서 아라키스 도착씬에 삽입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영화의 주요 촬영지였던 요르단도 백파이프가 인기가 많은 나라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