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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다크나이트 3부작의 해석과 리뷰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과 상징에 대한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 개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융은 무의식의 상징적 존재와 영향력을 강조하며, 배트맨이 고담시의 집단무의식을 조작하여 사회개혁을 시도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각 인물과 상황들이 심리학적으로 상징화되고 해석되어 이야기의 깊이를 드러내는데, 융의 이론은 현대 사회나 예술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크나이트를 통해 살펴본 프로이트와 융의 영향 탐구

    "배트맨 비긴즈"를 보면 빌런 중 하나인 닥터 크레인이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닥터 크레인은 환각 가스와 허수아비 가면을 이용해 고담시를 지배하는 갱단 두목인 팔코니를 미쳐버리게 만드는데요. 검사인 레이첼이 팔코니가 미쳐 버린 이유에 관해서 따져 묻자, 그는 융의 원형에 관해 이야기를 합니다. 국내 번역에서는 의역을 해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대사는 이렇습니다. 여기서 닥터 크레인이 말하는 “융의 원형” 어쩌면 다크나이트 3부작을 관통하는 주제를 담고 있을지 모릅니다. 프로이트와 융을 비롯한 심리학의 선구자들은 인간의 정신에 의식뿐만이 아니라 무의식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들은 인간의 심리에 자아와 의식, 무의식이 공존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미지의 정신 구역인 이 무의식에는 중요한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무의식은 의식보다 더 강력하게 인간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무의식에 심어진 생각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관해서는 "인셉션"을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겠죠. 무의식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바로 “상징”입니다. 무의식의 내용물은 의식적으로는 인지할 수 없지만, 꿈이나 공상, 신화와 전설 같은 상징적인 형태로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고는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의식을 직접 까보고 분석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무의식적 상징과 심리학적 관계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였던 융은 전세계의 종교 신화 전설을 비교 분석하는 데에도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는 모든 인간의 마음에 공통으로 탑재된 무의식, 집단무의식의 내용을 추론해 보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앞서 닥터 크레인이 말했던 “융의 원형”이라는 개념이 나오게 됩니다. 원형이란 인간의 집단무의식 속에 탑재된 공통의 디폴트 모듈과 같은 것입니다. 이 원형은 유전자에 새겨진 일종의 프로그램 같은 것이라서 그 자체로는 형태가 없는데요. 하지만 원형의 내용물은 어떤 외부의 대상에 연계되어 이미지의 형상으로 의식에 떠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 원형은 헌신적으로 자기를 보살펴주는 누군가를 갈구하는 무의식의 한 모듈인데 이건 그 자체로는 형태가 없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자기를 그렇게 헌신적으로 돌보아주는 누군가를 직접 접하면서 이 어머니 원형은 구체적인 대상의 이미지로 투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집단무의식에는 괴물이나 죽음에 대한 뿌리 깊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원형이 존재하는데 그 자체로는 형태가 없습니다. 그런데 닥터 크레인은 환각물질을 이용해서 팔코니 무의식의 원형적인 공포감을 이끌어낸 후 그 공포를 허수아비 가면에 투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팔코니는 무서울 것 하나 없는 허수아비 이미지에 대한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었죠. 융의 원형 개념은 상징 분석으로 추론한 하나의 가설일 뿐입니다. 그래서 현재 심리학계에서 이 원형 개념은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의식의 내용이 개개인의 삶의 경험과 맞물리면서 이미지의 형태로 의식의 표면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대체로 맞는 얘기 같고.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도 영화에서 이런 무의식과 상징의 관계를 즐겨 다루고는 하는데요. 융 심리학에서 상징은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징의 힘을 이용한다면 인셉션에 나오는 꿈 접속기계가 없더라도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에 접근해서 생각을 인셉션하는 일이 간접적으로나마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융 심리학에서는 꿈, 종교, 신화, 전설, 미신, 점성술, 연금술 등의 신비한 상징들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공상의 산물들이 인간의 무의식으로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융의 학설은 서구사회에서 큰 반향을 얻어서 헤르만 헤세 같은 문학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뉴에이지 운동이나 히피운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스타워즈의 신화적 구성 같은 것도 융 심리학에서 발전한 신화학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융의 학설은 한국에도 꽤 많이 알려져서 방탄소년단의 4집 앨범이 바로 이 융 심리학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죠. 현재에도 융 심리학의 전통을 이어가는 심리학자들이 여전히 있는데요.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이 대표적입니다. “나는 신을 믿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그의 말은 인간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괴물을 다스리려면 "신"과 같은 강력한 상징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종교나 신화가 제공했던 것과 같은 초자연적인 상징이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죠.

     

    베트맨의 대중심리적 영향력

    정체성 문제나 주변사람과의 갈등 같은 개인적 문제를 주로 다루던 여타 히어로물과는 달리, 놀란의 배트맨은 히어로와 빌런 같은 강력한 상징적 존재가 대중심리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배트맨은 전사이면서 자경단원이기도 하지만, 그의 진짜 본질은 대중심리를 조작하는 사회개혁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트맨과 조커의 싸움은 두 상징적 존재 사이의 치열한 대중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조커는 이 싸움을 고담의 영혼을 놓고 벌이는 전투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역시 심한 의역으로 의미가 제대로 전달 안 되었지만, 직역하면 대사가 이렇습니다. 조커의 이 말은 배트맨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배트맨 역시 범죄자들 몇 명씩 때려 잡아넣으면서 보람과 만족이나 느끼려고 배트맨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에게는 배트맨 활동으로 달성하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모든 행동이 그 목적을 향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알프레드는 그가 자신의 괴물에게 먹히고 있다고 했지만, 이건 알프레드가 틀렸습니다. 브루스 웨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확실한 청사진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브루스 웨인이 하비 덴트를 만나보고는 배트맨은 더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트맨의 존재를 대체할만한 정의롭고 순수한 상징적 존재가 나타났으니, 배트맨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배트맨 비긴스에서 브루스 웨인은 사적인 복수심이나 정체성 고민 같은 것은 리그오브섀도를 떠나면서 영화 초반에 모두 털어버립니다. 이후, 그는 명확한 청사진을 그리고 행동하는 자경단원 이상의 사회개혁가로 일찌감치 변신하게 되죠. 하지만 브루스 웨인의 사회개혁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가 쓰는 모든 방법이 바로 리그오브섀도에서 라스 알굴에게 배웠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이름은 왜 코믹스의 암살자 동맹과 달리 그림자 동맹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들이 따오게 하는 푸른 꽃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조커는 왜 철학자 니체를 인용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인셉션에서 아리아드네가 그린 미궁이, 배트맨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이들은 모두 카를 구스타프 융과 연결됩니다.